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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 K
기술사는 전문직인가 ....???(전문직의 기준에 관한 고찰) 본문
1. 우선, '전문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관련 법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중점 주제로 연구한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얼마나 얻기 어려운 자격인가를 기준으로 하고 누군가는 그 자격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지위나 소득과 연관짓기도 한다. 누군가는 단순히 국가적으로 관리되는 자격이며 고유한 업무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경우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 등의 수많은 '○○사' 등이 여기 포함된다. 실제로 <전문직 여성의 직무 스트레스, 직업 만족도, 건강>(홍경자 외, 2002)과 같은 전문직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논문에선 간호사, 교사 등을 당연 전문직으로 다룬다.
하지만 그보다 일반인의 시각에선, 그냥 일상적으로 3대 전문직이니 8대 전문직이니하는, 뚜렷하지 않은 기준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부 직군들만 전문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야, 그래도 쟤는 전문직이잖아?"와 같은 말을 했을 때 "에이 그게 무슨 전문직이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직군들. 이런 이들을 '사회통념상 전문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사회통념상의 전문직을 협의의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 협의의 전문직에 기술사가 포함되는지가 논점이 아닐까 싶다.
2. 전문직의 간접적인 기준은?
2-1. 간이과세자 배제업종
국가에서 정해놓은 전문직의 대표적인 기준으로서 간이과세자 배제업종이라는 개념이 있다. 매출이 작은 경우 세무적으로 편의를 주는 '간이과세자'가 될 수 있는데 부동산임대업이나 유흥업 등 일부 업종은 간이과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배제 대상 중 하나가 '전문적 인적용역 제공사업'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 업종들을 전문직이라 칭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명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지만, 법률의 취지를 고려해 보거나, 여기에 우리가 알고있는 사회통념상 전문직군은 거의 다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였을 때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데는 부족하지 않다.
목록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기술사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제109조(간이과세의 적용 범위) ② 법 제61조제1항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자”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을 경영하는 자를 말한다.
7. 변호사업, 심판변론인업, 변리사업, 법무사업, 공인회계사업, 세무사업, 경영지도사업, 기술지도사업, 감정평가사업, 손해사정인업, 통관업, 기술사업, 건축사업, 도선사업, 측량사업, 공인노무사업, 의사업, 한의사업, 약사업, 한약사업, 수의사업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업서비스업으로서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것
출처 입력
2-2. 기간제 근로자 예외 업종
마찬가지로 국가가 정해놓은 기준이다. 단기 계약직 등을 국가가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기간제법이라는 법이 있는데 여기서 굳이 보호할 필요가 없는 대상을 또 지정해두었다. 그 중 하나의 기준이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인데, 이들은 그들의 전문성을 통해 충분히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제법에서 예외로 간주하는 것이다.
기간제법 제4호 제1항 단서의 제5호에 해당하는 경우인데, 시행령에선 이들을 박사, 기술사, 그리고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 조종사 등(별표2)등으로 정하고 있다. 아래 조문을 참고하자.
제3조(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①법 제4조제1항제5호에서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박사 학위(외국에서 수여받은 박사 학위를 포함한다)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2. 「국가기술자격법」 제9조제1항제1호에 따른 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을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3. 별표 2에서 정한 전문자격을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 [별표 2]에 의사, 변호사, 약사 등을 나열함
출처 입력
2-3. 시중 은행의 전문직 대출
이는 국가가 정한 기준은 아니지만 사회 보편적인 관점에서 정한 기준으로, 어쩌면 더 중요하게 인용될 수도 있는 기준이다. 시중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정말 철저하게 한다.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서 대출 금리나 한도는 물론이고 대출 가능여부까지 세심하게 심사하는데, 이런 심사 기준 때문에 돈 많은 부잣집의 사모님도 소득증빙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출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요건 없이 자격만으로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품을 일반적으로 '전문직 대출'이라고 부른다. (은행마다 상품명은 모두 다르다.)
은행에서 정한 일부 자격 보유자들은 그 자격만으로 대출이 가능함은 물론이고, 다른 차주에 비해 높은 한도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선 이전의 다른 글에서 다룬바가 있으므로 해당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확인 결과 해당 글에서 캡쳐한 3개 은행 외에 6대 시중은행 전체에서 기술사를 전문직 대출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2-4. 전문직 수당·가점
각종 기업에서 고급 자격을 가진 직원에게 수당이나 인사 가점을 주고 있다. 이 또한 이전 글에서 다룬바가 있으므로 길게 언급하진 않겠다.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수당이나 가점을 부여하는 거의 모든 회사는 그 대상으로 기술사를 포함한다.
2-5. 5급 민경채 지원 자격
또한 전문자격을 보유한자는 공무원 민간자격채용에 지원할 수도 있는데 자격증에 따라서 7급까지만 지원 가능한 경우도 있고, 기술사를 포함하여 사회통념상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자격들은 5급 사무관에 지원 가능한 경우도 있다. 아래에서 좀 더 다루겠지만 기술사는 다른 전문직들보다 더 유리한 지위에서 민간경력채용 지원이 가능하다.
3. '기술사'라는 전문자격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떤 기준을 들이밀더라도 기술사는 전문직이 맞다.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전문직 중에서도 급이 낮은 전문직이 아니냐 하는 주장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접근해 보아야 한다. 여기선 정말 부득이하게 다른 전문직군과 기술사를 비교할 수 밖에 다. 민감한 부분이므로 사족은 줄이고 다른 전문직군과 기술사가 같이 나열된 사례를 참고하는 수 밖에 없다.
3-1. 전문직 수당·가점
먼저 전문직 가점, 수당을 분석하기 위해 알리오를 뒤져 보았다. 나 혼자 모든 기업을 다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적당 선에서 확인을 했고, 대부분의 회사에선 기술사,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있었으나 그래도 일부 구분되어 있는 회사들을 찾을 수 있었다. 기업명이 공개될 경우 각종 협회 등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기업 명은 블라인드처리 한다.
3-2. 5급 민간경력 채용
공무원 규정에 따라 전문 자격을 가진 경우 5급 사무관으로 지원할 수 있다. 아래가 그 지원 기준이다. 괄호안의 숫자들은 자격 취득과 더불어 몇년 간의 실무 경력을 가져야 지원 가능한지를 나타낸다. 법무사(7), 변리사(4), 공인회계사(4)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변호사와 기술사는 괄호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사는 경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취득이 가능하고 변호사는 로스쿨이라는 석사과정을 거친 후에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유추해볼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취득한 상태에서의 자격 기준만 보았을 때는 국가에서도 최상위 등급으로 인정하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3-3. 자격 학점제 인정 기준
전문 자격을 통해 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에선 자격별로 인정 학점을 다르게 보고 있다. 아래는 제23차 자격 학점인정 기준 고시 2020년 버전이다. 아래 다른 전문자격들도 있지만 기술사는 당당히 가장 높은 1등급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결론
기술사가 전문직이라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일은 없길 바란다. 기술사는 전문직 중에서도 굳이 등급을 나누자면 변호사, 회계사 라인에 있는 상위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소위 알아주는 전문직의 기준에 인지도라는 정성적인 기준이 들어간다면 다소 가치가 낮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즉 기술사의 취득과정, 업역 특성상 나 '○○사야' 라고 내새우기 위한 자격으론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격 자체가 직업이 되기 보단 커리어 활동을 통해 활용해나가야 하는 특성상 쓰기 나름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그런 탓에 기술사 자격은 제도 개선이 필요한 자격으로 자주 언급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추진하려는 이상과 현실이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분명히 있다. 이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 그리고 한국기술사회에서 더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과기정통부는 기술사법에 따라 기술사 제도발전 계획을 3년에 한번씩 발표하고 있긴 하지만 뭔가 알맹이가 빠져있고 추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있다.
세상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해간다. 어느 순간부터 대기업보다 공기업이 좋은 직장이 되었다가 요즘은 또 네카라쿠배당 같은 스타트업의 개발자가 인기다. 극심한 취업난, 불경기에 그래도 신의 직장이 좋다고 전문직들이 금융공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좀 더 수월한 취직, 또는 몇 십만 원의 수당을 더 받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전문직이라고 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배우자가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기도 하고, 때때로 어떤 전문직은 회사원에 못미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기술사도 같은 맥락에서 일부 사람들의 폄하 주장이 있는 것이다. 구글에서 "기술사"를 치면 "기술사 현실"이 연관검색어로 따라온다. 하지만 어떤 전문직을 치더라도 "○○사 현실"은 연관검색어에 있다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술사이거나 기술사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이기 때문에 그런 연관 검색어가 더 눈에 띄는 것이다.
물론 전문직에 대한 위 내용도 어느 한 시대의 어느 한 단면에 불과하다. 전문직 자격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그저 남들보다 몇발자국 앞서나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 몇 발자국이 활용하기에 따라선 큰 차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대체로 남들보다 앞서서 시작하는 사람이 더 빨리 치고 나가 그 격차를 벌리곤 한다. 하지만 '대체로'라는 수식에서 알 수 있듯이 정체되거나 도태되는 케이스는 항상 존재한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기술사라는 자격이 가지는 지위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사를 땄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건 대부분의 전문직이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분야의 다른 종류의 자격임에도 불구하고 혹자가 이게 낫니 저게 낫니 하는 말을 신경쓰고 있다면 이미 남들보다 치고 나갈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기술사를 공부할 때 했던 노력의 반만큼이라도 스스로의 커리어에 신경을 쓴다면 기술사란 자격으로 다른 전문직들 이상의 명예와 부를 못 누릴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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